FILM2011/12/25 14:58
큰 극장엘 거의 5개월만에 갔더니 낯설 지경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큰 미안함을 남기고 떠나버린 최동원과 배우 양동근이 극장으로 이끌었다.


야구는, 격렬한 운동임에도 뚱뚱이들도 많은 요상한데가 있는 스포츠, 구기종목중에 유일하게 공이 아니라 사람이 들어와야 점수가 되는 왠지 인간미가 있는 스포츠, 감독도 유니폼을 입는 스포츠, 뭔가 세상사의 미묘한 법칙들을 적용한듯한 매우 디테일한 룰 등, 하여간 인생과도 비슷하게 심오한 매력이 있는 스포츠라는 생각은 한다.

어쨌거나 나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80년대에 하필 부산에 있었고 그후 지난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꽤 오랜 세월 동안 야구에 별 관심 없이 살아오다 보니, 내게 야구는 거의 최동원, 한대화로 끝났다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이것이 기억속 이름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내는게 거의 노스탤지어였다.

어린시절 사직구장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며 듣던 경기장 속의 환성들이 기억날 듯하고, 경기장 밖에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치던 파란유니폼의 롯데 선수들. 매점에서 군것질 하던 내 근처에 와 앉아 밥먹으며 싸인해주던 최동원도 뚜렷이 기억이 난다. 김용철, 김용희, 한대화, 김일권, 장채근, 유두열...
그 시절 부산에게 야구란 그렇게 공기처럼 익숙한 것이었다.(물론 지금도)


영화는, 큰 기대하지 않았던 만큼, 딱 그만큼의 충족과 실망을 준다.
거의 영국 훌리건 부럽지 않은 당시 부산, 광주 야구팬들의 온갖 난동스러운 짓 마저도 밉지 않게 그려져 좋았다.
전두환의 계략도 일부 표현되어 좋았다.(지역감정의 탄생배경을 모르는 젊은이들에겐 도움이 될듯)
문어체 연발하시는 김응룡에 비해 자연스럽게 섬세한 웃음 포인트를 갖게 그린 성기영 당시 롯데감독도 좋았다.
최고로 창의적인 전라도 욕설들도 사랑스러웠다.
경기 장면도 눈부시게 발전한 촬영기술을 잘 활용했고, 두 전설의 바랜 실제사진 한컷으로 마무리한 과하지 않은 엔딩도 좋았다.

그러나 아쉬움도 큰데.
많은 사람들이 결말을 알고 있는 실화를 영화화하면서 모두 공개돼있는 팩트만으로도 얼마든지 극적인 연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극적 장치는 큰 흐름에 묻히는 수준에서면 충분할것이다.

크게 여기자와 박만수 캐릭터인데. 여기자는 초반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후 기대를 반감시켰다.
우리나라 스포츠 영화에선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미녀 캐릭터가 역시나 등장한거다. 기자로 등장시킨것으로 스토리텔러 역할을 부여했을거란걸 알 수 있었는데 결과적으론 정말 이도저도 아니게 맥을 끊는 존재, 짜증유발자로 끝났다.
제대로된 스토리텔러 역할을 부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큰 비중으로 출연하면서 그 역할을 했다면 짜증은 더 커졌을거다. 왜 생뚱한 중간 화자가 있지 않고는 이야기 전개를 못하는걸까. 이 지점에서 거장감독과 이런저런감독, 거장시나리오작가와 이런저런시나리오작가로 나뉠 것이다.


그리고 해태 포수로 분하는 박만수 캐릭터.
이 영화에서 선동렬을 제거하고 최동원과 함께 관객의 기억에 남아버리는 만행에 가까운 짓을 하는 가공의 인물이다.
극중 박만수가 생활고 속에 야구사랑만으로 버티는 모습, 아들내미, 늦은밤 홀로 연습하다 선동렬과 교감하는 장면 등. 이대로 나가면 극적인 대목에서 홈런까지 때릴게 뻔한데, 이건 너무나 뻔한 클리셰라서 설마 이 캐릭터가 가상의 인물일 줄은 몰랐다.
아무리 재구성을 했다 하더라도 경기 내용은 사실대로 해야지 이건 정말 심했다.
부산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한 조승우의 꼼꼼하지 못한 사투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부분부분 막 입혀놨던 관중 CG도 지나칠 수 있다. 


한마디로, 선동렬에의 감정 이입이 매우 아쉽다.
맥을 흩뜨린 불필요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들, 굳이 말로 설명해주는 스토리텔러의 존재, 이건 정말 우리나라 "실화바탕 휴먼감동 스포츠 인간승리 라이벌승부 영화"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이 전설적인 이야기를 이창동 감독 같은 분이 연출했으면 얼마나 애잔하고 아름다웠을까 하는 생각이 틈틈이 났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 극화했다고 선언만 하고 시작하면 다냐!


+ 전설의 최동원!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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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2/01/19 07:35 [ ADDR : EDIT/ DEL : REPLY ]
    • (잘지내시죠?^^)미국에선 어찌 보시나요? 아,뭐 디비디 출시도 될거고 무슨 방법들이 있겠군요.

      2012/01/20 19:43 [ ADDR : EDIT/ DEL ]

FILM2011/10/06 17:14
음, 벌써 몇달이 지났군.
시험이 5월이었고, 너무 화창해 좀 따갑기까지 하던 일요일, 대학생된 기분으로 동국대 교정을 걸어보았지.


아무튼,
뭐.. 따기가 엄청 어려운, 따면 바로 돈되는 국가공인 자격증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전주영화제와 키네마준보(일본의 영화전문지)가 함께 운영하는,
영화 관련 자격증으론 유일한게 아닌가 싶네.

뭐, 벼락치기 공부해서 어쨌든 합격했으니 기분 좋았다.

그것보다도,
시험 그 자체, OMR카드, 수성사인펜, 수험표ㅎㅎㅎㅎ
이런것들이 주는 감흥이 아주 색달랐는데.
항상 꿈꾸던, 시험 없는 세상. 이것의 효용이라는 것은, 그것이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란 걸 깨닫게됐다.
시험이 일요일이었는데, 전날 밤 하루를 밤샘하면서  이런저런것들을 외우는데, 묘하게 흥분되더라고.



거의 소풍가는 기분으로 시험장에 도착했더니, 다들 막판 열공 중이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ㅎㅎ
20분 만에 다 풀고 일등으로 나왔다.하하하하하~

저거, 어따 써먹지?
다음엔  한국어시험을 칠까 싶다.

가끔, 시험 있는 세상이 아름다울 수도 있다!ㅎㅎ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을 즐길 수 있다는게, 팔자 편하단  소리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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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dtumblr

    우와 저런 자격증이 있었다니! 잘 알고ㄱ갑니다ㅎㅎ

    2011/11/23 12:25 [ ADDR : EDIT/ DEL : REPLY ]

FILM2011/05/18 16:15


영화 <음식남녀>가 남기는 생각은 영화 속 아버지의 말마따나, 인생은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는 요리와는 다르고, 사람마다 제각각이며 어찌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새삼 무서웠던건 내 인생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늙은 홀아비 요리사의 세 딸 중 맏이와 막내는 별안간 결혼 선언을 하고 집을 떠난다. 그들도 그렇게 될줄은 몰랐고 원치도 않았다. 막내딸은 임신하는 바람에, 첫째딸은 ‘남자가 재촉해서’ 결혼식을 해버렸다고 한다. 그런 계기가 ‘생겨버린’것이다.

내내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을 떠나고 싶어했고 실제로 모든 돈을 털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해외 지사로 부임하는 승진을 하는 등 가장 애썼고 가능성도 높았던 둘째딸은 오히려 아버지 곁에 남게 된다. 역시 그리될 줄 몰랐고 원했던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먼저 그 집을 떠나고서도(아주 놀라운 이유로^^) 둘째 딸은 남는다.
요즘은 뭐하는지 문득 궁금한 오천련의 아무런 변화 없는 변화가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이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가 개봉한지 15년이 훌쩍 넘었다. 어제 다시 보기 전까지 기억하던건 모두 ‘시각’에 의한것으로 단순했다.

공복관람 했다간 졸도할 만큼 오장육부를 자극해대는 화려한 중국음식의 바람직한 영상이 오프닝부터 쏟아지고, 이후엔 이렇게 저렇게 딸들이 연애하는 코메디로 흘러갔던것 같은데 잘 기억 안 나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던 기억, 이것 뿐이었다고 할 정도로 섭식 위주의 영화였는데.
십여년 후 다시 보는 영화는 이입되는 인물부터 달라져 버렸으니 더욱 설레고 두렵기까지 한 것이, 역시 세월은 감정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똑같은 이미지에서 다른 색을 보게한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앙리(Ang Lee)가 입에 더 자연스러운 월드와이드 거장이 된 감독의 초기 ‘아버지 3부작’ 중 하나인 <음식남녀>에서는, 완고한 외형을 한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아버지를 가장 벗어나고 싶어했던 둘째 딸에게서 관객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거나, 서로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원망하는 것은 딱 그 만큼의 구심력 때문임을 안다.

세 딸을 홀로 키우느라 고생했을 홀아버지, 혀가 무뎌져 간을 놓치거나 재료를 빠트리는 퇴색해가는 요리사, 세탁기에서 딸아이들의 엉킨 스타킹과 브래지어를 꺼내는 여전한 손. 딸들은 그저 형식적으로 참석할 뿐인 가족 식사에 하나씩 맛보기도 힘들만큼의 온갖 진미를 차려내는 모습.
아... 부모라는 존재가 갖는 이유 모를 쓸쓸함이란 가히 만국공통.


음식을 차리는 과정에 시공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아버지의 그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아끼는 연출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요리를 통해 사랑을 말하는 아버지에게 맛있게 먹어주는 것 정도도 하지 않는 딸들을 꾸짖는 나를 알아차리면 그 불편함이 바로 나를 향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꼴같잖게도 ‘아니 저런 멋진 아버지한테 왜저리들 쌀쌀한거야.....’하는 나에게도 적어도 그 만큼은 대단한 아버지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너나잘하세요.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는 둘째딸의 애증을 나는 이해하고, 다행히 둘의 화해와 교감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았음을 영화는 알려준다.





저렇게, 평범하거나 좀 못하기까지한 눈코입이 모여
이렇게 이쁜 얼굴이 될 수 있다는게 예전부터 신기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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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쨔스민

    옛날 영화도 보고 그러는구나 난.. 애들엄마(?)가 영화를 좋아해.. 집에 스크린이며 티비도 큰걸샀건만 ... 애들키우느라 힘든지... 요샌 영화를 잘안보네...

    2011/05/18 18:11 [ ADDR : EDIT/ DEL : REPLY ]
    • (애들엄마에 웬 물음표?)
      나는 만일 결혼하게되면 한번씩 번갈아서 한명은 애를 맡고 한명은 극장에 갈거야.

      2011/05/19 13:17 [ ADDR : EDIT/ DEL ]
  2. ? 는 이제 카스라 부르는게 어색해서........

    2011/05/20 23:18 [ ADDR : EDIT/ DEL : REPLY ]
    • 누구엄마 말고 이름 좀 불러줘, 우린 닉넴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

      2011/05/23 09:14 [ ADDR : EDIT/ DEL ]

FILM2011/04/07 17:19


이 영화가 훌륭한지에 대한 판단은 미루고 어쨌든 꽤 오래 기억될 대단한 영화임엔 틀림없다.
신기하게도, 보는 사람에 따라 아주 큰폭으로 각기 다른 감정이 일고, 두 부류로 정확히 나뉘는 등장인물들 중 어느 한쪽을 자연스레 택해 그 뒤에 서게되며, 어느쪽에 섰느냐가 자신이 처한 상황, 상태를 냉정하게 객관화해버린다.
그래서 세인의 기준으로 ‘암울한 상황’일 수 있는 나는 잠시 기분이 드러워졌었다.ㅎ
이 영화.. 아니, 이 스토리의 문제는 뭘까.




1. 등장인물

톰과 제리 : 지질학자로 은퇴를 앞둔 톰과 심리상담가인 제리는 아름다운 자연속의 아늑한 집, 풍요로운 먹거리, 잘 자란 변호사 아들, 사람이 끊이지 않는 인덕 등등등을 모두 다 갖춘 부부.

메리 : 제리의 직장 동료. ‘남자’가 풍요로웠던 젊은 시절을 가졌던것 같지만, 이혼 이후로 현재는 처절한 외로움을 순순히 받아들이지도, 극복하지도 않는 무책임한 삶을 사는 중. 고상하게 상담하는 제리에 비하면 허드렛일로 쪼들리면서 “작고 빨간 중고차” 같은 단기 목표만이 있을 뿐. 자신의 상황이 나쁘지 않고 잘 지낸다는 훤히 보이는 가면을 쓰고 불행한 자신을 애써 부정하면서 톰과제리 부부의 영역에 크게 의지함.

켄 : 톰의 친구. 역시 주체할 수 없는 외로움을 음식으로 채우는 뚱보싱글. 메리에 대한 마음을 조금의 전략이나 여과 없이 돌격행동으로 옮겼다가 벌레 취급을 당함.

조이 : 톰과 제리의 잘 자란 변호사 아들. 메리가 관심을 보일땐 어쩐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여 일말의 판타지를 선사하더니 갑자기 훌륭한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타남.

로니 : 톰의 형. 여든 쯤 돼보임. 아내를 여읨. 참고로, 이런 쓸쓸한 노인도 안정을 찾기위해 오는 집이 톰과제리네 완벽한!! 러브하우스임.




2. 완벽이란게 있다고?

초반, 아름다운 자연과 4계절의 변화와 음악, 음식, 소박한 일상의 파티가 주는 부드러운 분위기에 싸여 마비돼있던 촉이 메리의 히스테릭한 변화를 따라 조금씩 살아나면서 점점 불편해지고 결말에 임박해 급격하게 내리꽂으면서 생각할수록 더욱 섬뜩해지는게 거의 호러 수준이다.
완벽한 첫 만남에서부터 수십년을 지나서도 흠잡을데 없이 행복한 노부부와 완벽하게 불행한 중년 싱글들의 직접적인 대비는 양쪽 모두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혼/비혼 반반의 가능성을 똑같이 열어둔 내게 결국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키지 못해 아쉽다.
행복하기 그지없는 톰과제리 부부의 집은 어찌나 완벽한지 이 집을 찾는 불쌍한 싱글들의 주거공간은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데도 그곳이 얼마나 황폐할지 대번에 상상하게 할 정도다. 이 집에 격의 없이 들락거리는 그들은 일견 상당한 위안을 얻는듯 보이지만 마지막, 상황이 많이 악화돼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몰골로 나타난 메리에게 이 집은 더이상 따뜻하지 않고 이제 그럴 가능성도 없어보인다.
결국 자신을 보호할 갑옷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고 모든 위안 중엔 자위가 기본이란 말씀.



3. 잔혹동화

겉으로 보이는 고매한 인격의 이면에 존재하는 잔인함이 슬슬 드러날때 이 영화의 장르를 다시 생각해본다.
톰과제리 부부는 진심으로 연민하는것 같았던 메리의 문제가 자신의 아들과 결부되자 돌변했고,
메리 역시 켄을 뚱뚱하단 이유만으로 소름끼쳐하다가 조이에 대한 “나잇값 못하는” 연정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거세당하자, 살이 안쪘을땐 괜찮았겠다며 켄을 향한 시선을 바꾸거나, 더 나아가 로니에게까지 의미있는 칭찬을 던지며 더없이 부박해진다.

젊은 조이 역시 메리의 마음을 알면서도 ‘주제를 모르는 늙은 여자의 호감’이란 이미 무시가능한 사회적 요건을 갖췄단 듯, 여자친구를 소개하는데 조금의 배려도 없다.

그 외, 로니의 아내가 죽자 아들이 올때까지 5분을 기다려주지 않고 장례를 치르고는 간소하게 잘 치렀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로니,톰,제리의 칼날같은 이성도 참 섬뜩하고, 스킨헤드 아들의 말을 들어보면 로니는 아내가 살아있을때 잘하지도 않았으며, 그런 아버지를 비난하는 그 스킨헤드 역시 뭐 그다지 효자스럽지 않아보이긴 마찬가지다.

이런 모든 이기적인 인물들 중에서 여유로운 자들이 감춘 칼날이 더욱 날카로울 수 있단걸 확실히 드러내는게 톰과제리 부부다. 아들커플이 방문했을 때, 어느새 기피 대상이 돼버린 메리가 와있음을 알리면서 나누는 그들의 제스쳐는 모욕적이고 무섭다. 마지막 장면, 함께 있으나 철저히 소외돼 침묵속으로 침잠하는 메리의 충격적인 씬에서 잔혹함은 절정에 이른다.
그 겨울은 톰과제리 가족에겐 변함없이 찾아올 봄을 위한 준비로 보이지만, 침묵속에 나동그라진 메리에겐 그녀가 중대한 위기의 임계점에 근접했음을 은유하는것 같아 눈물나도록 애처롭고 위태롭다.
이렇게 맺어버리는 이 영화... 이건 과연 휴먼드라마일까 심리 스릴러일까.




영화가, 조연처럼 등장한 메리를 오직 남자를 통해서만 외로움을 떨칠 수 있다는 일념에 갈수록 불행해지는 한심한 싱글녀로 쉼없이 그려대며 점점 주연의 자리로 밀어올릴 때, 설마 이 영화...이런 방식으로 ‘이래도 결혼 안할래? 결혼 못한 네 미래를 똑똑히 봐!’라는 설득력 없는 일반화를 시도하나 싶어 마이크 리가 의아했다.

그러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 아내가 죽고난 빈집에 객처럼 서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로이의 특별하지도 않은 말 “I don’t know what to do”가 귀에 남으면, 이 영화에서 재확인한 것은 역시 결혼의 효용에 관한 풀리지 않는 딜레마, 트릴레마를 넘어 자신이 뭘 해야할지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임을 느낀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I KNOW what to do.”라 말할 수 있는 삶이면 외로움과 가장 멀어질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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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번 보구 싶어 지네요.

    2011/04/08 13:42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넵^^ 직접 보고 판단하고싶단 생각이 들게 해드린것 같아 좋네요!

      2011/04/10 01:04 [ ADDR : EDIT/ DEL ]
  2. 쨔스민

    우리집은 걱정 없는 집안이다...

    2011/04/10 04:17 [ ADDR : EDIT/ DEL : REPLY ]
  3. 쨔스민

    왠지 비꼬는거 같다....^^;

    2011/04/12 21:58 [ ADDR : EDIT/ DEL : REPLY ]
  4. 익히

    이건 정말 끔찍한 film이에요..
    이런 걸 '연출'할 수 있다니.....
    아..
    와...

    2011/11/10 10:42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끔찍..
      네, 보는이에 따라 그럴수도 있어요.
      제게도 끔찍해보이는 순간이 있었어요, 영화로서가 아니라 영화속 스토리에서요.

      2011/11/14 12:10 [ ADDR : EDIT/ DEL ]

FILM2011/03/31 16:39

작년엔가, 아트시네마 김성욱쌤한테 로저코먼 계획없냐고 쏼라쏼라 해댔던 적이 있는데
이번 프로그래밍에  내 잔소리도 쪼끔 반영된걸까?ㅋㅋㅋ



암튼,,,
이노무 회사에 묶여  얼마나 잠입할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하지만 일단은, 아.............넘넘 행복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상영작



★ 시간표





우어어어어~~~~~~~~~~~~~~~


관련글 :

로저코먼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푼도 잃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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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명태랑 짜오기

    한번 봐야할 영화 같네요...

    2011/03/31 17:32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는...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므로.

      2011/04/01 09:01 [ ADDR : EDIT/ DEL ]
  2. 영화취향 정말.. 대단하심..ㅎㅎ

    2011/03/31 19:03 [ ADDR : EDIT/ DEL : REPLY ]
    •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대단한 면은 있다고 하겠...

      2011/04/01 09:03 [ ADDR : EDIT/ DEL ]
  3. 쨔스민

    암튼 특이해. ^^

    2011/04/09 05:54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니 뭐,,,흠;; 옛날 외국영화니까 우리나라에선 글타치고ㅎㅎ 자국 사람들한텐 전혀 특이할만한 영화들은 아니얌ㅋㅋ

      2011/04/10 01:07 [ ADDR : EDIT/ DEL ]

FILM2011/03/30 15:20


개봉작들도 좀 보자.고 맘먹은 올해, 잭팟이 터지지 않고 있다는게 놀라운것이.... 아니, 대런 아르노프스키  하나, 크리스찬 베일 하나, 아카데미 작품상 하나, 게다가 우디앨런 하나, 자그마치 코엔 하나, 또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나. 이렇게 화려한 이유를 가진 작품들 중에도 확!!!인게 없다니 말이다.
이대로 가면 내내 암울하겠는데 연말에 “나만의 올해의 영화”로 다섯개쯤 꼽을때 들어갈건 현재로는 아르노프스키(블랙스완)와 코엔(더 브레이브)쯤 되겠다.

주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건강한 유전자에 다시금 감사드리면서 그 이름 하나로 신작을 챙겼다.
오랜만에 비몽사몽간에 조조를 땡겼더니 나도 잠깐 죽었다 깬듯 몽롱한 기운에 가산점을 줬는데도 결과는 좀 아쉽다.



                                                    역시 한국판 포스터는, 말이 너무 많다!



1. 예고편

듣자하니 국내 예고편을 대담하게도 ‘쓰나미’ 장면으로 만들어 쏴댔나본데 그렇담 이걸 재난영화로 알고 본 사람들도 많겠단 소린데 그야말로 헐~
좋게 말하면 기가막히게 시류를 잘 탄 마케팅이지만, 초단기 돈벌이에만 급급한 황당한 잔대가리가 아닐 수 없다. 뭐 그런 영화가 한둘일까마는.
(음, 60년대 로저코먼의 B무비들은 영화에는 아예 없는 장면들로 예고편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건 그분께나 허용되는 일이고ㅋ)


2. 주인공 세 사람

미국 : 죽은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저주’를 안고, 그 능력을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형에게 시달리며 과거를 떨치려 애쓰는 설탕공장 노동자 ‘조지’
프랑스 : 인도네시아에서 휴가를 보내다 쓰나미를 만나 죽음을 경험하고 살아난, 유명한 앵커이자 기자인 프랑스인 ‘마리’
영국 : 불우한 가정에서 약에 절은 엄마를 살피려다 차에 치어 죽은 쌍둥이 형을 잊지 못해 영매를 통해서라도  만나려는 꼬마 ‘마커스’
방식은 다르지만 ‘죽음’과 이어진 사람들.


3. 구성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3부작(아모레스페로스 - 21그램 - 바벨)처럼, 아무런 영향 없이 살것 같던 사람들이 하나의 이유를 통해 결국 한 지점에 모이게 되는 영화들이 참 매력적인데, <히어애프터>는 <바벨>처럼 전지구적 스케일은 아니기도 하고 초반부터 결국 저이들이 만나게 될걸 충분히 예상 가능킨 하지만 어쨌든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경험을 한 세사람이 ‘죽음’을 매개로 만나게 되기까지는 꽤 자연스럽다.


4. 할배여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이들었음이 실감나 슬프다. 영화의 리듬이 느슨해서가 아니라 처음으로 이런 주제를 택해 이렇게 초연하게 그려내는것이, <그랜토리노>의 월트할아버지가 카메라 너머에 그대로 등장해 죽음을 관조하는 단계에 이른것 같아서다.
할배, 이러지마요, 불안해요.


5. 사후세계

전체적으론 사후세계와, 그것을 믿을 수밖에 없는 소수에 대해서도 다같이 한번 생각해보자~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음,, 잠깐, 그 부드러운 전언 속에 숨은 ‘은근한 강요’를 한번 느낀걸 보면, 난 이 영화가 무슨 얘길 하려는지 알아차릴때쯤 본능적으로 반투명 벽을 하나 세웠던거다. 뭐 전체 흐름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도 걸음에 걸리는 돌부리 같았던 장면,
마리가 찾아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의사가, 자신은 무신론자에다 사후세계 같은건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이었는데도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함께 몇십년 생활하다보니 믿게됐다는 식의 말을 하는데, 이 영화의 소재에 가장 배타적일 관객들을 미리 한번 구체적으로 언급해주는 친절한 입막음이랄까. 내가 그 부류라서.흠.


6. 그래서?

무언가의 존재를 자신이 직접 겪어서 믿을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을, (타인이 보기엔 착각이든 우연이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그대로 인정해주는게 좋겠다는것 이외에, 내게 일어난 변화는 없다.
(참고로, 한국의 기독교는 이 ‘인정’의 대상이 아닌게, 남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
<히어애프터>를 이스트우드 최초의 판타지였다고 하면 너무 냉정하겠지만, 하여간 이스트우드가 이런 영화를 내놓았단게 의외인건 어쩔수가...


7. 조지의 형, 마리의 애인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아픔은 전혀 함께해주지 않는 대표적인 두 인물인데,
특히, 괴로워하는 조지를 돈벌이로 쓰려는 형님새끼는 진짜 나빠보이는데, 그런데 이들이야말로 현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부류다.
우리를 대신하는 이들은, 원치 않았지만 죽음과 닿은채 살아가게 된 조지,마리,마커스가 얼마나 소외된 소수인지 확 대비시키고, 그래서인지 조지,마리,마커스는 서로를 대번에 알아본다.


8. 맷 데이먼

맷데이먼이 ‘설렘’을 아주 잘 표현하는 얼굴이란걸 <스쿨타이즈, 1992>로 시작한 ‘맷데이먼 생활’ 20년만에 처음 느꼈다, 맙소사ㅋ
엔딩에서 마리를 바라보던 그 얼굴은 물론이지만 그것보다도,
조지가 스스로를 구해내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가 찰스 디킨스의 생가를 둘러보며 설레하던 씬이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았다!ㅎ
존경하는 사람의 생전의 삶을 따라가보는게 얼마나 두근대는 일일지 새삼 느꼈고, 일단 한국사람중에 젤 존경하는 안중근 오빠와 전태일 오빠의 흔적을 꼭 한번 찾아야겠단 생뚱한 교훈을 얻어버렸다!


9. 문득 떠오르는.
코엔 형제의 옛날 인터뷰 중
인터뷰어 : 죽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세요?
조엘 코엔 : 부패하고 분해되죠.


                                                    어찌됐든,,, 할아버지!! 건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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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11/03/28 16:12


1. 우디 앨런

우디앨런의 40번째 장편인 이 작품은 뉴욕을 떠난 그의 ‘런던영화’ 중 하나이자 ‘결혼생활영화’ 중 하나이고, ‘부적절한연애소동영화’ 중 하나인데 세번째 항목에만 충실한듯 보여 아쉽고, 그러다보니 재미는 무지 있다.

공간은 그가 뉴욕에 있을때만큼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런던은 그저 풍경으로만 존재하며, 부부사이의 균열과 그 속에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대화, 막장스러운 관계얽힘은 마찬가지인데도 어쩐지 <부부일기>, <한나와 자매들>에서 만큼 미묘한 부부 심리를 섬세하게 전하지 못한다.
수다는 여전하지만, 옛 작품에서처럼 수다속에 한번 꼬여 들어있던 삶의 고찰이나 인간관계와 심리 묘사는 부족하다.

그럼에도, 어쨌거나 영화는 일단 재미가 있고, 이제 이 노인은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기본을 하는 경지에 이르러있다.




2. 환상

번역된 제목이 너무나 평범하긴 하지만 ‘환상’이라는 단어는 적합하다. (리뷰 쓰려는데 자꾸만 환상의 짝꿍이 생각나서;;; 지금도 이런데 몇십년 후엔 이 작품을 어떤식으로 기억하게 될까...)
작년 칸에서 우디앨런의 인터뷰,
“인생에 대한 내 유일한 관점은 이겁니다. 인생이란 고통스럽고 악몽 같고 무의미한 경험의 연속이라는 것이죠. 행복해지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속이고 남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예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에요. 니체, 프로이트, 유진 오닐도 다 그렇게 말했어요.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행복한 한 커플은 스스로를 속이고 멍청한 사람들과 어울려요. 그래도 아무튼 저보다는 행복하죠.”

말마따나, 영화에선 점쟁이를 맹신하고 전생과 환생을 믿는 헬레나만이 가장 행복해 보이는 결말을 맞는다. 쫓고있던 환상이 깨지지 않는 사람은 그녀뿐이다. 실제로 그녀의 '환상'은 딸의 사업자금을 대지 않기로 하는 가장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게하는 순기능도 한다.


3. 조쉬 브롤린(로이 역)

신경증에 시달리긴 하지만 나름대로 멋진 주인공 캐릭터와 더 멋진 상대 여배우를 창조한 다음 그 주인공 역을 자기자신이 맡아버릴 수 있는 능력과 권한을 가진 거의 유일한 작가인 우디앨런이었지만 이제는, 나이 들어버린 이 천재작가가 자신을 투영한 캐릭터로 선택하는 배우들이 누굴까에 관심이 간다.

이번 작품에선 ‘조쉬 브롤린’이 새로이 눈에 띄는데, 필력이 좀 달리는 글쟁이로 주위와 내면의 압박에 그토록 시달리고 온갖 신경질적 행동은 다 하는 와중에도 반대편 건물의 빨간옷 여인에게 추근거리고 급기야 그 집으로 거처를 옮기기 까지 하는 무모한 용기만 가득한 상찌질 캐릭터 ‘로이’다.
그는, 역시 작가 지망생인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처녀작을 훔쳐 자기 작품으로 둔갑시켜 출판사에 넘겨 호평을 받는데, 알고보니 친구는 죽은게 아니라 코마상태였고 게다가 살아날 확률이 매우 높다. 로이가 환상을 좇아 이루게 된 그 모든 행복이 한꺼번에 깨지는 순간이다.
장모에게 꿈깨라는 소릴 그토록 해대지만 환상을 좇고 있긴 마찬가지.

이 에피소드는 우디앨런의 산문집 <side effects> (한국판 제목,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사람’ 에피소드와 여러모로 닮았다.


4. 안소니 홉킨스

안소니 홉킨스는 정말이지 애처로운 ‘알피’역을 맡았는데, 어느날 갑자기 웰빙에 눈을떠 이혼을 선언하고 운동과 태닝으로 허황된 청춘을 갈구하면서 딸보다 어린 콜걸 출신 여자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비아그라에 의지하면서 청춘과 젊은 여자라는 환상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당연하게도 환상은 깨지고 현실로 돌아와 조강지처에게 용서를 빌지만 외면받는다.

이제 한니발 렉터는 찾아볼 수 없는 그에게서 세월무상 팍팍 느꼈고 그 이미지가 하도 강렬하다보니 후작에서도 대부분 이어져왔던터라 이런 역할은 처음인것 같은데 큰 용기였겠다. 좀더 일찍 했어도 좋았겠는데.


5. 샤메인

콜걸 출신 삼류배우로 알피의 재산을 노려 결혼한 쭉쭉빵빵 ‘샤메인’ 역을 맡은 루시 펀치(Lucy Punch) 라는 이 생소한 여배우는 이 샤메인에 정말 잘 어울린다. 정말 몸뚱아리 하나 믿는 천박하고 퇴폐적인 이미지가 딱이라능.
이 역에 니콜 키드먼이 될 뻔했다는데, 이 배우만큼 자연스럽진 못했겠지만 적어도 단관개봉 신세는 면하는데에 아주아주 큰 도움이 됐을지도.


6. Tall Dark Stranger

원제인 You Will Meet A Tall Dark Stranger는 점성술사들이 귀인을 만나게 될거야~따위로 쓰는 관용문이라는데 극중 대사로만 들어도 정황상 정말 웃기다. 뉘앙스가 참 최고로 웃긴 제목이다.
극중에선 점쟁이가 헬레나에게 해준 말인데, 그 얘길 들은 사위 ‘로이’는 그건 저승사자일거라고 되받는다. 결국 저승사자와의 만남에 준하는 암담한 상황에 처하는건 ‘로이’ 자신이다.




뭐,, 보는동안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에 지루하지 않게 빠져있었지만, 개운치는 않다.
아직도 왕성한 우디앨런이라 다행이고 감사하기도 한데 한마디 전할 수 있다면 이걸로.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stardust memories, 1980>에서 우주인 오그가 했던 말,
"우린 당신의 영화를 좋아해요. 특히, 초기의 그 우스운 영화들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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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글 잘봐썽요~ ^^

    2011/03/28 16:56 [ ADDR : EDIT/ DEL : REPLY ]
  2. 명태랑 짜오기

    안녕하세요.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2011/03/28 17:21 [ ADDR : EDIT/ DEL : REPLY ]

FILM2011/03/22 10:55


언제나 현재와 어떻게든 간격이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간다던 코엔형제가 웨스턴을  내놨다.
서부극이 땡긴다는 얘긴 어느 인터뷰에서 한 적이 있는데 68년 찰스 포티스의 소설원작이자 69년의 존웨인의 전작을 다시 그렸다. 소설은 안봐서 모르겠고 역시 안본ㅎ 존웨인의 <True Grit>은 존웨인이다보니 총잡이 자체에 시선이 있을것 같은데, 코엔형제를 거쳤다면 뭔가 다른게 더해졌거나 엉뚱한(?) 쪽으로 비껴났을게 쉽게 짐작됐다.
아무튼 이번 아카데미에서 웬만한 주요 부문엔 다 올랐는데도 역시 국내에선 황송하게도 또 예술영화 취급이라 씨네큐브랑 광주극장 뿐이다. (뭐, 늘어날것 같지도 않다)


<더 브레이브>는 제목처럼 정말 용기와 배짱이 하늘을 찌르는 소녀가 이끄는 독특한 웨스턴이긴 하지만 “용감한 소녀가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갚는 얘기”로 요약될 수 없다.
첫 장면부터 아버지를 죽인 놈으로 수없이 언급되는 ‘톰 채니’는 결과적으로 거의 맥거핀이다. <빅 레보스키>의 100만달러나 <오 형제여 어디 있는가?>의 땅에 묻혀있는 보물처럼 말이다.
관객은 어느 지점까지는 톰 채니와 극적으로 맞닥뜨리길 관습적으로 바라며 스크린을 좇지만 준비없이 얼렁뚱땅 만나버리게 되고 그 순간, 처음부터 이놈을 죽이기 위한 영화가 아니었단걸 깨닫는다.
(참, 이런 막 갖다붙인 국내판 제목에 분노했었는데, 찾아보니 다행히(?) 우리나라판으로 대책없이 붙인 제목은 아니고 true grit과 구별하기 위해 의도된 별칭 정도인것 같다)


어디서 저런 애를 찾아냈나 싶게 영화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믿을 수 없도록 약고 수완좋고 용감한 소녀 매티(헤일리 스타인펠드)는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간 톰 채니(조쉬 브롤린)을 찾아 ‘아버지를 죽인 댓가’임을 분명히 알게한 후 죽음을 선사하려 한다. 그걸 위해 젊었을적 좀 날렸으나 한물간 연방보안관 카그번(제프 브리지스)을 고용하고 전부터 톰 채니의 현상금을 쫓고 있었던 텍사스 레인저 라뷔프(맷 데이먼)가 합세한다.

각자의 이해관계로 시작된 이 셋의 동행은 표면적으론 진짜로 톰 채니를 쫓지만 그 여정이 만들어내는건 ‘숨막힌 추격’의 긴장이 아니라 그들 셋의 미운정고운정이고 ‘진정한 용기(true grit)’이다. 드러나있는 매티의 용기 뿐 아니라 삶의 정점을 지난지 오래인 카그번이 갖게되는 새로운 용기와 어느새 현상금이 아니고라도 매티를 구하는데에 뛰어들어있는 라뷔프의 용기까지. 따라서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매티를 살리기 위해 달리는 카그번의 필사적 달음박질이지 톰 채니와의 결투는 아닌거다.
(즉! 영화’상품’의 마케터가 별 고심없이 흩뿌려놓은 ‘숨막힌 추격’에 삘받아 티켓을 산 사람들은 지루함을 호소하게 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놀라운건 어쩌면 이전까지의 전개와 동떨어진 결말.
복수에 성공하고 우정도 진해지는 전개에 이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를 수 없는 카그번의 쓸쓸한 퇴장과 팔이 잘린채 굳이 결혼도 못했다는 설명까지 더해진 나이든 매티의 모습은 아버지의 복수를 해냈다는 완성의 느낌이 없이 허무하고 비관적이며 슬프다. 그래서 더욱 감동이기도 하고. 나야 이런 마무리를 진정한 반전으로 반기지만 코엔의 각색이 얼마나 더해진 마무리인지 원작소설이 무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굳이 파헤치지 않겠다ㅋ)

아무튼!
코엔형제의 감동적인 서부극이라니. 코엔형제를 믿고 티켓값을 지불할 수 있게 된건 이미 오래지만 그들의 첫 서부극도 아주 성공적이다. 나야 뭐 그들의 모든 작품에서 그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감동’을 내맘대로 받아왔지만ㅋ 꼬이지 않은 사전적인 감동은 처음인 작품이다.
자연스레 드는 이런 생각들 외에 다른 교훈이나 의미를 애써 찾지는 않으련다. 사람들이 <빅 레보스키>의 말미에서 교훈을 찾아내 질문을 쏴댈때 조엘이 그랬다.
“뭐라고요? 우리 영화에 그런게 있다고요?”



+ 제프 브리지스
많은 시선이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는 놀라운 소녀 헤일리 스타인펠드에게 가겠지만, 난 그저 제프 브리지스에게 시선고정이었다. 맷데이먼도 분장이 잘 어울리나 한번 쓱 봐준 후엔 눈밖이었다.
<빅 레보스키> 이후 13년만에 코엔과 함께한 제프 브리지스는 요란스럽지 않게 어느덧 어메이징한 경지에 이르러있다. 작년에 크레이지하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분명 이걸로 탔을거다. 나름 아역으로 시작해 어느새 환갑을 넘은 이 아저씨는 정말이지.. 이 작품에서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얼굴로 나와 내복만 입고도 카리스마 폭발한다.


+ 조쉬 브롤린
이 배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그 카우보이 ‘모스’인데, 그걸 알아보진 못했고, <더 브레이브>를 보고 5분 쉬고 연이어 봤던 우디앨런의 신작 <환상의 그대>에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걸 신기하게도 알아보곤 정말 소름이 쪽 끼쳤다ㅋ
뭐랄까 일단 생긴게 진짜 독특한데 굉장히 다양한 역할이 가능하겠다. 외모만으로도 <더 브레이브>의 ‘톰 채니’는 나름 멋있고 <환상의 그대>의 ‘로이’는 상찌질이라능.
이사람 얘긴 <환상의 그대> 감상문에서 잇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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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11/03/16 09:41


* 스포일러 그득그득. 모든 리뷰는 자체로 스포일러.




재밌고 멋있는 작품인데
아카데미 결과와 국내 개봉이 벌어지다보니, 그리고 주요 부문을 휩쓸다보니, 그사이 언론 호들갑은 선입견과 기대치를 만들어내느라 난리인데 그 쏟아지는 정보를 피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며칠전 아침엔 머리감는  동안 크게 틀어놓은 아침 뉴스에서 하일라이트를 보여주면서 줄거리를 읊어버리는 바람에 거품 가득한 손을 어찌할 수도 없고;; 소리를 안 들으려고 물을 콸콸 틀어댔었다.;;;
어쨌든 이런 노력 끝에 상 쓸어간것과 콜린퍼스외에는 거의 모른채 볼 수는 있었지만 제목 자체가 또 스포일러라ㅎ;;


우선 <셰익스피어 인 러브> 이후,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쉬를 좀 다른 컨셉으로 한 영화에서 보게 돼 반가웠고.
당당한 왕이 되기 위해 말더듬을 고치려고 온 노력을 다하는 ‘조지 6세(콜린 퍼스)’와 그의 스피치 테라피스트인 ‘라이오넬 로그(제프리 러쉬)’의 만남, 마음을 열어가며 겪는 갈등, 그 중에 드러나는 조지 6세의 아픔, 누구보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과정. 거기다 백성을 사랑하는 조지 6세의 훌륭한 성정. 그리고 사랑으로 내조하는 현명한 엘리자베스. 그리고 마침내 진심을 전하는 성공적인 연설.
이런 얘기다.

줄거리는 요 정도로 하고,
암튼 아카데미용으로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
역사의 큰 흐름속 개인 + 권력자 이전의 아픔을 지닌 개인 + 공인의 인간적인 모습 + 컴플렉스 극복 + 신분을 뛰어넘은 우정 등등.
이렇게, 태평한 시대상황이 아닌데도 이야기는 역사속 개인에 집중한다. (뭐 개인이래봤자 보통 개인은 아니니, 그들의 이야기에서 세계 정세가 다 드러나긴 하지만) 나머지 이러저러한 역사적 배경들은 다 잘라낸건데 그래서 시대극인데도 쉽게 다가오는 소설같은 이야기가 됐다.


때는 라디오와 마이크가 발명된 후인데 그 발명은 대중연설을 가능케 했지만, 말을 더듬는 앨버트 왕자(이후 조지 6세)에겐 기회이기보단 더욱 옥죄는 또 하나의 부담이다. 하지만 왕자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고 그들을 대변하고 위로하기 위해 훌륭한 연설을 하고픈 욕망이 큰 사람이라 거대한 마이크를 꼭 이겨내고 싶다.
게다가 잘도 적응한 아버지는 천천히 편안하게 말해보라는 조언을 눈을 부릅뜨고 소리소리 지르니 어릴때부터 겪어온 강박과 트라우마를 더 이끌어낼 뿐이다.

"백성의 말을 대신 해야 하는데, 말을 못해!" 라는 자책에서, 끝까지 노력을 관두지 않는 것이 본능적인 권력욕이나 쪽팔려서!!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백성을 위하는 마음에서임을 느낄 수 있다.
음, 어쩌면 단순한 남의 나라 역사 조각(아니 옛날 어느나라 왕이 말 더듬은게 뭔 대수야!)에 이렇게 설득되는걸 보면 영화의 힘이란 참.

말이 목구멍 속으로 말려들어가는 답답함을 똑같이 느끼게할 만큼 훌륭한 말더듬 연기속에 전체적으로 지루한 줄 모르고 조지6세가 만드는 긴장감을 잘 따라가게 되지만,
조지6세와 라이오넬 둘이 친해지기까지의 이야기는 의외로 뻔한 전개를 따랐다는건 좀 의외였다. 그 소소한 에피소들이 둘의 인간적인 유대를 더욱 끈적이게 하고, 가벼운 웃음들을 많이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됐지만, 상당히 전형적인걸 보니 그 에피소드들도 철저한 고증(?)을 거쳐 ‘실화’를 그대로 재현했나보다ㅎ;;
(신분을 망각하고 지나치게 편하게 대함 – 왕이 화냄 – 치료법이 맘에 안들어 가버리지만 알고보니 효과 있음 – 다시 찾아옴 – 다툼 – 왕이 이놈 무례하구나!하며 가버림 – 사과하러 찾아가나 만나주지 않음 – 왕이 뉘우치고 돌아옴 – 다시 힘겹게 치료하고 성과를 이룸 – 친구가 됨. 뭐 이런 순서.)

반면에,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카메라웍은 오히려 교과서적이라 효과가 더 좋은데, 마이크가 이따만해 보이는 조지 6세의 시점, 클로즈업, 등뒤의 트래킹 등으로 그를 짓누르는 중압감, 불안, 부담, 강박을 고스란히 전한다. 아 그 집중된 수만개의 눈알들, 잡아 먹을듯 거대한 마이크.


콜린퍼스를 워낙 좋아하다보니 그가 이 역에 정말로 잘 어울리는지는 판단이 잘 안된다.
그의 앙 다문 입을 좋아하는데 (물론 9등신 몸매를 더), 말더듬는 연기는 정말 훌륭했지만 왕자 느낌으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멀끔한 영국신사로는 딱인데 그 맥락인 왕자로는 왜이렇게 매치가 안되는거지;;이상하네;;
(무려.. 형!!!!으로 나오는 가이 피어스 때문인듯;;)

이 역이 원래 폴 베타니에게 제의됐었는데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배우 답지 않은 이유로 거절하고(수상 이후 후회 만땅 중이라고...) 콜린퍼스에게 왔다는데, 사실은 폴 베타니 얼굴이 더 어울렸을것 같긴 하다. 실제 조지 6세와도 더 닮았고. 하지만 눈동자 만으로 국민에 대한 사랑를 표현하는 온화한 이미지는 콜린 퍼스에게 있다.


시사회 시작 임박해 도착하는통에 거대한 스크린 바로 앞에서 목을 뒤로 확 제낀 상태로 봐야했고, 항상 그렇듯이 일반시사의 홀대 속에서 추워 덜덜 떨며 봤더니 뭘 제대로 본건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두시간이 느슨해지지는 않았던 멋진 영화다.



그 밖의 잡얘기.

+ 가이 피어스 등장에 깜놀. 나오는 줄 몰랐다.;; 훅 늙은것 같아서 더 놀랐고, 콜린퍼스보다 7살이나 어린데 형으로 나와서 눈을 의심했고. 사실, 이 에드워드 8세(이후 윈저공)의 삶이 훨씬 더 영화적인데 배경으로 쓰이고 있다. 당시 두번이나 이혼하고, 여전히 양다리 걸치고 있는 심슨부인을 향한 조건없는 사랑;;; 권력마저 깔끔히 내려놓는.


+ 감동대사는 뭐가 있을까..
심슨부인과의 연애질에 여념이 없는 형에게 지금 뭣하는 짓이냐며 분노했을때 형의 대답.
“Kinging!!!” (왕질하고 있다,왜!)
king의 동사화, 아니 현재분사화. 감동이었다. 이럴때 영어 공부 더 하고싶단 의지가 잠깐!생긴다.

그리고, 연설 전 중압감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건네는 엘리자베스의 최고의 말빨 내조.
“당신이 세번이나 청혼한걸 다 거절한건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왕실 생활이 싫어서였어요. 하지만 당신이 말더듬이라 조금 안심이 됐었죠.”
(헬레나 본햄 카터도 의외로 역할에 잘 어울렸고, 진짜로 갈수록 살이 찌는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는 팀버튼과 함께 할때가 짱이얌)


+ 이로써 영국 왕은 둘이나 오스카를 탔다.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가, 그리고 이번엔 그 아빠가.


+ 감독을 대충 보곤 아니 사랑해마지않는 토브 후퍼님께서 이런 영화를?!!! 하며 그의 전향에 심장마비 걸릴뻔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톰 후퍼였다.;;
이 사람은 TV물만 잔뜩 했던터라 나한텐 듣보잡인데 겨우 세번째 영화만에 처음 노미네이트 되고 수상도 해버렸다.


+ 눈물 핑돌았던 장면은 의외로 여기.
조지 6세가 모형비행기를 조립하는 손을 보고 라이오넬은 그가 원래 오른손잡이가 아닐거란걸 맞히는데
타고난 왼손잡이도, 안짱다리도 억지로 고쳤다고 말하던 장면. 그가 말더듬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게 한방에 설명된다.


+ 자 그럼 영화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연설장면에 배경이 된, 베토벤 심포니 7번을 베를린 필과 카라얀의 지휘로 들으면서 영화의 기품을 다시 한번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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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King's Speech  삭제

    2011/03/13 03:40TRACKBACK FROM BLOG

    [소셜 네트워크]를 제치고 이 영화 [킹스 스피치]가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가져간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를 갈고 있지만, 사실 그 두 작품은 스타일이 너무나도 달라서 우열을 가리는 것이 거의 무의미하다. 단지 후자 쪽이 투표인단의 취향에 더 부합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아카데미에서의 패배가 무슨 두 영화의 상호 우열 관계에 대한 공인(公認)이라도 되는 양 [소셜 네트워크] 지지자들이 불필요하게 열을 낼 것이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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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11/03/15 22:27

부모님과 함께 보러갔는데
결국 상영관에 우리 셋 + 혼자 온 여자하나 해서 넷이서 봤다.
나야 일부러라도 이런 환경을 찾아다니지만 엄마는 사람이 없으니 기분이 안 난다고 했다. 토요일 정오가 넘었으니 극장엔 사람이 있을 만큼 있었는데 파이터를 찾는 사람이 없었다ㅎ
다 좋은데, 난방을 안해줘서 덜덜 떨었다.

부모님은 젊었을적 부터 나름 영화광이셔서 내가 내 기준으로 예매하는 영화에 별다른 질문을 안 하신다. 그저 제목을 묻는 정도. "파이터!"는, 이 단어를 모르면 꽝인지라 "권투얘기"라고 덧붙였다. 아차, 엄마는 권투를 안좋아하지. 그래서 "근데 실화"라고 더 덧붙였다.


참 대충 지은 듯한 제목, 포스터도 밋밋하고(오스카 못탔으면 한국판 포스터는 어쩔뻔했나;;), 억지로 요약하자면 무명의 권투 선수가 여러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은 환경을 딛고 챔피언 먹는다는 얘기인데다, raging bull, 알리, 록키, 스내치 등등처럼 권투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거나 장면만은 기억에 남을만큼 획기적인 촬영이나 화려한 편집술을 가하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권투는 별로 하지도 않은 느낌마저 남는다.

그런데도
"실화인 권투영화다."
라고 간단히 말해버릴 수 없는 차별되는 뭔가가 있는데, 이야기가 개인의 인간승리 보다는 주변인들과의 관계로 몽땅 묶여서 한꺼번에 돌아간다는거다.
기가 엄청 쎈 엄마와 못지않은 딸들 무데기 속에서 아들 미키는 당장 돈 되는 시합에 나설 수밖에 없는 희생을 강요당하고, 왕년에 슈가레이를 다운시켰던 형 디키는 훌륭한 전략가로 미키를 이끌지만 마약에 취해 사고를 저지르는 통에 미키의 성공을 위해서는 잘라내야 하는 존재로 객관화돼있다.

권투선수로의 성공 과정, 위험한 확신으로 발목을 잡는 가족을 끊어내려는 결단, 그리고 결국 그럴 수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 마약을 이겨내는 형의 이야기, 빠질 수 없는 러브스토리, 이 모두에 골고루 포커스가 있는데, 이것이 모두 잘 섞이고 다른 이야기들을 더 극적으로 뒷받침할 만하려면 세시간 정도는 필요했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희한한건, 영화를 보고나서 전체적으로 생각하다보면 그게 미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는건데, 뭔가 극적인 연결이 약하다 싶도록 모두 의도된 것이며 그만큼 이 작품이 전체적으로 과장없이 사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싶은거다. 그동안 영화적 변형이 과한 실화들에 면역이 돼버려 그런 전형적인 기대를 했던거다.
처음과 끝을 다큐같은 인터뷰로 처리했고 특히 끝장면의 인터뷰 후에는 크레딧 오르는동안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가 이어지는데, 배우들의 연기가 얼마나 오랜 관찰에 의해 탄생했는지 알 만하게 딱 겹친다. 


잡설1. 마크 월버그 안됐다. 엄마가 "저사람은 진짜 권투선수지?" 할만큼 좋은 '주연' 연기를 펼쳤으나, 역시 '조연' 크리스찬 베일의 존재감에 묻힌다.

잡설2. 이제껏 크리스찬 베일의 약간 바람 새는 발음이 안타까웠는데 디키 역으로는 아주 딱이었다.ㅎ

잡설3. 저 둘은, 정말이지 진짜 형제처럼 친해보였다!!!!!!!!!!!!!!!!!!

잡설4. 포스트 제목 "영향아래의 복서"는, 가족의 영향이 하도 심한 미키가 안쓰러워서 패러디 아니 오마주해봤다.ㅋ

잡설5. 가장 잘 자란 아역으로 꼽는 베일님이, 물론 여전히 오금이 저리도록 멋있으시나,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ㅠㅜ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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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고 '약간 새는 발음'.. 대공감이네요.ㅋㅋ

    2011/03/31 19:1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