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음식남녀>가 남기는 생각은 영화 속 아버지의 말마따나, 인생은 모든 재료를 다 준비해서 시작할 수 있는 요리와는 다르고, 사람마다 제각각이며 어찌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새삼 무서웠던건 내 인생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 스스로도 모르겠다는 사실이다.
늙은 홀아비 요리사의 세 딸 중 맏이와 막내는 별안간 결혼 선언을 하고 집을 떠난다. 그들도 그렇게 될줄은 몰랐고 원치도 않았다. 막내딸은 임신하는 바람에, 첫째딸은 ‘남자가 재촉해서’ 결혼식을 해버렸다고 한다. 그런 계기가 ‘생겨버린’것이다.
내내 아버지와 아버지의 집을 떠나고 싶어했고 실제로 모든 돈을 털어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해외 지사로 부임하는 승진을 하는 등 가장 애썼고 가능성도 높았던 둘째딸은 오히려 아버지 곁에 남게 된다. 역시 그리될 줄 몰랐고 원했던 것도 아니다. 게다가 아버지가 먼저 그 집을 떠나고서도(아주 놀라운 이유로^^) 둘째 딸은 남는다.
요즘은 뭐하는지 문득 궁금한 오천련의 아무런 변화 없는 변화가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한 것이다.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가 개봉한지 15년이 훌쩍 넘었다. 어제 다시 보기 전까지 기억하던건 모두 ‘시각’에 의한것으로 단순했다.
공복관람 했다간 졸도할 만큼 오장육부를 자극해대는 화려한 중국음식의 바람직한 영상이 오프닝부터 쏟아지고, 이후엔 이렇게 저렇게 딸들이 연애하는 코메디로 흘러갔던것 같은데 잘 기억 안 나고 마지막에 아버지가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던 기억, 이것 뿐이었다고 할 정도로 섭식 위주의 영화였는데.
십여년 후 다시 보는 영화는 이입되는 인물부터 달라져 버렸으니 더욱 설레고 두렵기까지 한 것이, 역시 세월은 감정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똑같은 이미지에서 다른 색을 보게한다는 사실을 거듭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앙리(Ang Lee)가 입에 더 자연스러운 월드와이드 거장이 된 감독의 초기 ‘아버지 3부작’ 중 하나인 <음식남녀>에서는, 완고한 외형을 한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데, 아버지를 가장 벗어나고 싶어했던 둘째 딸에게서 관객은 그 아버지의 모습을 보거나, 서로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원망하는 것은 딱 그 만큼의 구심력 때문임을 안다.
세 딸을 홀로 키우느라 고생했을 홀아버지, 혀가 무뎌져 간을 놓치거나 재료를 빠트리는 퇴색해가는 요리사, 세탁기에서 딸아이들의 엉킨 스타킹과 브래지어를 꺼내는 여전한 손. 딸들은 그저 형식적으로 참석할 뿐인 가족 식사에 하나씩 맛보기도 힘들만큼의 온갖 진미를 차려내는 모습.
아... 부모라는 존재가 갖는 이유 모를 쓸쓸함이란 가히 만국공통.
음식을 차리는 과정에 시공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아버지의 그 요리들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아끼는 연출에서 뭔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데, 요리를 통해 사랑을 말하는 아버지에게 맛있게 먹어주는 것 정도도 하지 않는 딸들을 꾸짖는 나를 알아차리면 그 불편함이 바로 나를 향한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꼴같잖게도 ‘아니 저런 멋진 아버지한테 왜저리들 쌀쌀한거야.....’하는 나에게도 적어도 그 만큼은 대단한 아버지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너나잘하세요.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함께 살 수는 없는 둘째딸의 애증을 나는 이해하고, 다행히 둘의 화해와 교감은 사실 그다지 어렵지 않았음을 영화는 알려준다.
저렇게, 평범하거나 좀 못하기까지한 눈코입이 모여
이렇게 이쁜 얼굴이 될 수 있다는게 예전부터 신기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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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영화도 보고 그러는구나 난.. 애들엄마(?)가 영화를 좋아해.. 집에 스크린이며 티비도 큰걸샀건만 ... 애들키우느라 힘든지... 요샌 영화를 잘안보네...
2011/05/18 18:11 [ ADDR : EDIT/ DEL : REPLY ](애들엄마에 웬 물음표?)
2011/05/19 13:17 [ ADDR : EDIT/ DEL ]나는 만일 결혼하게되면 한번씩 번갈아서 한명은 애를 맡고 한명은 극장에 갈거야.
? 는 이제 카스라 부르는게 어색해서........
2011/05/20 23:18 [ ADDR : EDIT/ DEL : REPLY ]누구엄마 말고 이름 좀 불러줘, 우린 닉넴도 있으니 얼마나 좋아!
2011/05/23 09:14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