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09/11/29 13:13


같은 영화를 몇년을 두고 다시 볼때

예상하기 힘들었던 다른 반응이 나타나곤 한다.


 

..지금 나를 이토록 흔든 이 영화가 그때 그 영화가 맞나.

픽션에 거의 잘 울지 않는데, 참을수가 없었다. 왜이렇게 눈물이 나지..

예전에 아사노보다 차라에 중심을 두고 봤을때와 감정흐름이 달랐다. 어쩜 당연한거지.

코코(차라)에게는 정신병동의 담과 세상속으로 이어지는 담 사이 그 간격은 그다지 힘겹지 않은 한발짝일 뿐이었지만 츠무지(아사노)에게 그건 상상할 수 없었던 한계였다. 츠무지가 그 한계를 처음 뛰어 넘을때.... 정말이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말이지 마음을 쥐어 흔드는 그 피아노 BG는 코코가 뛰어넘을때 더욱 강조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사토루가 담 아래로 떨어져 죽음을 맞는 그 처절함에 몸서리친 직후, 그 사실을 모르는 츠무지가 오직 세상끝으로의 내딛음에만 몰입해 앞으로 나아가다 잠시 고개를 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또한번 목구멍에서 뭔가 뜨거운게 올라와서 커피를 못삼킬뻔했다.

담 아래로 떨어진 사토루가 목이 부러진채 피투성이가 되어 담위로 올라가야해..” 하며 들판을 뛰다 쓰러지고 쓰러지는 그 장면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 가슴아픈 상황을 차라리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장면으로 연출한 이와이 슌지가 놀랍다.


도대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무엇일까. 정상과 비정상을 규정할 수 있는게 있기는 할까.

그들이 걷는 그 담은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공간으로 그려지지만, 그건 양쪽 모두에 속하는 공간일수도, 아니면 그 자체로 삶일수도 있겠지. 멀리 바라보면서 뛸 수도 있는 넓은 길도, 짐을 등에 지고 두팔로 균형을 잡으며 조심조심 헤쳐가야 하는 길도 있는 삶.


 

지금의 이와이 슌지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이다.

세상의 모든 고통을 일순간 사라지게 할 수 있는건 오직 지구의 멸망뿐이라는 생각을 해본 모든 사람을 위한 그들의 피크닉이 가슴아프도록 고맙다. 햇살과, 바람과, 비와, 키스와, 노을진 바다. 피아노 선율. 이것들이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지는건 그들이 세상의 끝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코와 츠무지는 지구 최후의 빗속에서 고해성사를 하고 지구 최후의 키스를 한다.

그리고 세상끝에 이르렀을때, 세상의 종말은 자신의 죽음이라 여기던 코코는 츠무지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 자신의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다.

 

영화사상 최고의 엔딩장면들을 꼽을때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그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키스신 정말 아름다웠다.
지구 최후의 키스를 한 그들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을테고.

이렇게 이 영화는 두 배우의 사생활과 온전히 분리할 수 없는 영화이다보니, 최근 그들이 결국 이혼했다는 소식은 <피크닉>에 가슴저리는 기억을 갖고있던 팬들에게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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